하루를 깨우는 커피
아침 7시, 출근길. 익숙한 카페에서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받아 든다.
테이크아웃 컵을 손에 쥔 채, 그는 바쁜 걸음으로 회사로 향했다.
커피 향이 퍼지자 잠이 덜 깬 머릿속이 조금씩 맑아지는 느낌이다. 하루의 시작과 함께하는 습관,
커피 한 잔.
"이거 없으면 하루를 못 버틸 것 같아요."
진료실에서 만난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마흔을 넘긴 직장인, 속쓰림으로 병원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첫 진료 때도, 두 번째 방문 때도 그는 같은 말을 했다. "속이 쓰리긴 한데, 커피를 안 마시면 집중이 안 돼요."
나는 차트를 살펴보며 물었다. "요즘도 공복에 커피 드시나요?"
그는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침엔 시간이 없으니까요. 점심 먹고 나서도 한 잔 마시고, 오후 3~4시쯤 한 잔 더. 야근할 땐 저녁에도 한 잔씩 마십니다."
하루 네 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커피를 마시는 방식과 그가 겪고 있는 증상들이었다.
습관이 병을 만든다
"언제부터 속쓰림이 심해지셨나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한 1년 전부터요. 처음엔 그냥 가끔 쓰린 정도였는데, 요즘은 커피를 마신 후 30분도 안 돼서 속이 아려요. 점심을 먹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하고, 자주 트림이 나와요."
나는 그의 생활 패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불규칙한 식사, 공복에 마시는 커피, 늘어나는 야근과 스트레스. 위산 역류가 생기기 쉬운 조건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속쓰림이 심해지는 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공복에 마시는 커피는 위산 분비를 증가시키고, 위 점막을 자극해서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어요.
게다가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죠."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죠. 그런데 커피 없이 버틸 수 있을까요?
저는 카페인이 없으면 하루가 시작이 안 되는데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완전히 끊자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커피를 마시는 방식을 바꿔보는 건 필요합니다."
커피를 대하는 새로운 방식
나는 몇 가지 대안을 제안했다.
"첫째, 공복에 커피를 마시는 습관을 줄여보세요.
아침을 거르지 말고, 최소한 바나나나 견과류라도 드신 후 커피를 마시는 게 좋습니다.
둘째, 위산 역류 증상이 심할 땐 아메리카노 대신 라떼 같은 부드러운 음료로 바꿔보세요.
우유가 위 점막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셋째, 카페인 섭취량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대체 음료를 시도해보세요.
따뜻한 보리차나 캐모마일 티 같은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힘들겠지만, 해보겠습니다.
사실 저도 속이 아프면서도 그냥 버텨왔거든요. 이번엔 좀 바꿔봐야겠어요."
진료를 마치고 돌아서는 그의 손에는 여전히 커피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어쩐지 그 한 잔이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