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쓰림과 함께 찾아온 환자
한 여성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왔다. 나이는 마흔 초반쯤, 단정한 차림새에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요즘 속이 너무 쓰려요. 병원을 몇 번 가봤는데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약을 먹어도 잠깐 괜찮아질 뿐,
금방 다시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아요."
나는 그녀의 차트를 넘겨보았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속쓰림과 소화불량으로 여러 병원을 다녀본 기록이 있었다.
위 내시경 검사에서도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언제부터 증상이 심해졌나요?"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글쎄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요즘 일이 많아지면서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속이 더 쓰리고, 밤에는 소화가 안 돼서 잠을 설치는 날도 많아요."
나는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흔히 보이는 위산 역류 증상이지만, 단순히 음식 때문만은 아니었다.
속쓰림과 감정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위장은 감정을 기억한다
"혹시 요즘 유난히 걱정되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나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조용히 말을 이었다.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았어요.
책임도 크고 실수하면 안 된다는 압박이 심하죠. 밤늦게까지 일하고, 식사도 거를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속이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아요."
위장은 단순히 음식을 소화하는 기관이 아니다. 감정을 예민하게 반응하고, 신경과 밀접하게 연결된 장기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 위산 분비가 증가하면서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할 경우 위 점막이 손상되면서 만성적인 통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나는 그녀에게 설명했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자율신경계가 과활성화되면서 위산 분비가 증가할 수 있어요.
그 상태가 지속되면 위벽이 약해지면서 속쓰림이 더 심해지죠.
특히 식사를 거르거나 밤늦게까지 일을 하면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약을 먹어도 계속 이럴 수 있다는 거네요?"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약이 증상을 완화해 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생활 습관과 스트레스 관리예요. 위장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태도 반영하니까요."
속쓰림을 다스리는 법
나는 그녀에게 몇 가지 조언을 건넸다.
"첫째, 식사를 거르지 마세요.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몸이 버틸 수 있도록 규칙적으로 먹는 게 중요해요.
작은 양이라도 따뜻한 음식을 챙겨 드세요."
"둘째, 늦은 밤까지 일하는 습관을 줄이는 게 좋아요. 자기 전 최소 두 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치고,
잠자기 전에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몸을 이완시키는 것도 방법이에요."
"셋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가벼운 산책이나 명상을 시도해보세요.
위장 건강을 위해서라도 감정을 다스리는 게 중요합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제 몸한테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요.
이제라도 좀 신경 써야겠네요."
진료실을 나서는 그녀의 발걸음이 처음보다는 가벼워 보였다. 속쓰림은 단순한 신체 증상이 아닐 수도 있다.
위장은 감정을 기억하고,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장기다. 속이 쓰릴 때,
단순히 약을 찾기보다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