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가까움 속, 너무나도 다른 두 세계
태양계에서 가장 태양에 가까운 두 행성은 **수성(Mercury)**과 **금성(Venus)**입니다.
이들은 지구보다 더 안쪽 궤도를 돌며, 마치 태양의 정원을 맴도는 두 개의 불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두 행성은 놀라울 정도로 극단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차이를 비교하며, 왜 가까움이 닮음을 의미하지 않는지를 살펴봅니다.
1. 태양과의 거리 — 둘 다 가깝지만, 결과는 달랐다
- 수성은 태양으로부터 평균 약 5,800만 km,
- 금성은 약 1억 800만 km 떨어져 있습니다.
수성이 더 가깝지만, 가장 뜨거운 행성은 수성이 아니라 금성입니다. 왜 그럴까요?
2. 대기: 유무(有無)의 차이
가장 큰 이유는 대기입니다.
- 수성은 거의 대기가 없습니다.
낮에는 태양빛이 그대로 쏟아져 표면 온도가 약 430°C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우주 공간의 냉기로 인해 -180°C까지 떨어집니다. - 금성은 매우 두꺼운 대기를 가졌습니다.
주로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진 이 대기는 강력한 온실 효과를 일으켜 표면 온도를 무려 470°C 이상으로 유지합니다 — 밤낮없이.
즉, 금성은 '지속적으로 뜨겁고', 수성은 '극단적으로 오락가락'합니다.
3. 대기압과 날씨 — 생존 가능성의 극단
- 수성의 대기압은 사실상 0입니다. 우주복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 금성의 대기압은 지구의 90배. 이는 수심 1km 바닷속 압력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황산으로 이루어진 비가 내리고, 바람은 시속 300km로 불어옵니다.
4. 자전과 공전 — 시간의 흐름조차 다르다
- **수성은 1년(공전)**이 88일에 불과하지만, 자전(하루)은 약 59일입니다.
- 금성은 1년이 225일, 그러나 자전은 무려 243일, 그것도 역행(동쪽에서 서쪽으로)합니다.
즉, 금성에서는 태양이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집니다.
5. 탐사 현황 — 접근의 어려움
- 수성은 미국의 MESSENGER와 유럽·일본의 BepiColombo 탐사선이 접근에 성공했습니다.
- 금성은 지표면이 워낙 극한이라, 소련의 베네라 시리즈만이 잠깐 착륙에 성공했을 뿐, 현대 기술로도 탐사가 쉽지 않습니다.
가까움은 유사함이 아니다
수성과 금성은 태양의 뜨거운 품 안에 있으나, 서로 너무도 다른 운명을 지녔습니다.
수성은 침묵 속의 극단, 금성은 지옥 같은 고정된 불길. 이 둘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가깝다고 해서 반드시 비슷한 것은 아니다.”
그 메시지는 사람과 사람, 별과 별 사이에도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