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찾아온 환자
밤 11시, 병원 대기실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어깨를 움츠리고 배를 감싼 채, 그는 연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환자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진료실로 들어왔다.
"어떤 증상이 있으신가요?"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속이 너무 쓰려요. 가슴까지 올라오는 느낌이고, 자꾸 목이 막히는 것 같아요.
저녁을 먹고 나면 더 심해지는 것 같고요."
익숙한 증상이었다. 위산 역류의 전형적인 증상. 하지만 나는 환자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단순한 속쓰림이라기엔 그의 눈빛이 피곤하고 초조해 보였다.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시작되었나요?"
"한두 달 됐어요. 그냥 커피를 많이 마셔서 그런가 싶었는데, 요즘은 물만 마셔도 속이 쓰려요.
혹시 큰 병이라도 걸린 건 아닌가 걱정됩니다."
그의 목소리엔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단순한 위산 역류라고 말하기 전에, 나는 그의 생활 패턴부터 들어보기로 했다.
습관이 만든 병
그는 오랜 직장 생활로 인해 불규칙한 식사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아침은 대충 넘기고, 점심은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 저녁엔 늦게까지 술을 곁들인 회식이 많았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마다 그는 더 많은 커피를 마셨고,
야근 후 늦은 밤에 라면과 함께 맥주 한 캔을 마시는 것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이전에는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속이 타는 느낌이 계속됐어요.
처음엔 그저 가벼운 소화불량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밤마다 가슴이 타는 것 같아요. 누워 있으면 더 심해지고요."
위산 역류가 반복되면 식도 점막이 손상되면서 속쓰림이 심해진다.
특히, 자기 전 야식을 먹고 눕는 습관은 위산이 쉽게 역류하게 만든다. 나는 차트를 보며 천천히 설명했다.
"현재 증상으로 볼 때, 역류성 식도염이 의심됩니다. 위산이 식도로 자주 올라와 점막을 자극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요.
특히 늦은 시간 식사 후 바로 눕는 습관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약을 먹으면 나아질까요?"
약물 치료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생활 습관이었다.
나는 그의 커피 섭취량, 식사 패턴,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차근차근 물었다.
예상대로 그는 커피를 하루에 네다섯 잔씩 마시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으며, 식사도 불규칙했다.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더 자극적인 음식에 의존하는 경향도 있었다.
치료는 약이 아니라 습관
"우선, 커피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특히 공복에 마시는 커피는 위산 분비를 촉진시켜 속쓰림을 악화시킵니다.
그리고 늦은 밤 식사를 줄이고, 최소한 식사 후 두 시간 이상은 앉아 있거나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좋아요."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커피가 없으면 하루를 못 버틸 것 같은데요."
"갑자기 끊을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서서히 줄여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커피 대신 따뜻한 차나 위에 부담이 덜 가는 음료를 시도해보세요.
하루 세 끼를 일정한 시간에 먹는 것도 필수입니다."
나는 그에게 몇 가지 생활 습관 개선 방법을 정리해 주었다. 위산 역류를 줄이기 위해 식습관을 바꾸고,
베개를 높여 자는 등의 작은 변화들이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받아들였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제 몸을 너무 혹사시킨 것 같아요. 항상 괜찮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있었던 거네요."
진료를 마치며 나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속쓰림은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어요.
몸이 필요로 하는 것에 귀 기울이고, 작은 습관부터 하나씩 바꿔보세요. 약만으로 해결되는 병이 아닙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문을 나섰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환자를 맞이하기 위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