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째 계속되는 속쓰림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아요."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온 남성 환자는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마흔을 갓 넘긴 직장인으로, 몇 달 전부터 계속되는 속쓰림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언제부터 속쓰림이 시작되셨나요?"
그는 피곤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대충 6개월 전쯤이요. 처음엔 가끔 속이 쓰린 정도였는데,
요즘은 거의 매일 그래요. 특히 밥을 먹고 나면 가슴이 답답하고, 목구멍까지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요.
가끔 목이 막힌 것처럼 숨 쉬기도 힘들고요."
나는 차트를 넘겨보았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소화제와 위산 억제제를 처방받아 왔다.
하지만 증상은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혹시 평소에 어떤 음식이나 습관이 영향을 주는 것 같나요?"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글쎄요… 특별한 건 없는데, 커피를 하루에 두세 잔 마시고,
저녁에 야식 먹고 바로 눕는 일이 많아요. 그리고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위산 역류가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증상은 단순한 속쓰림이 아니라, 역류성 식도염일 가능성이 높아요."
나는 조심스럽게 설명을 시작했다. 위산 역류가 반복되면 식도의 점막이 지속적으로 손상되면서 염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야식 후 바로 눕거나 기름진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위산이 쉽게 역류하고,
장기적으로는 식도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위산이 반복적으로 역류하면 식도 점막이 약해지고, 염증이 생기면서 만성적인 속쓰림이 나타날 수 있어요.
또 오래 방치하면 식도 협착이나 바렛 식도처럼 더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게 그냥 참아 넘길 문제가 아니겠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한 속쓰림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해요.
특히 가슴이 답답하거나 목이 막히는 느낌이 든다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치료는 생활 습관에서 시작된다
나는 그에게 몇 가지 개선 방법을 제안했다.
"첫째, 식사 후 최소 두 시간 동안은 눕지 마세요.
특히 저녁 늦은 시간에는 기름진 음식이나 야식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카페인과 탄산음료를 줄이고, 식도 점막을 보호하는 음식을 섭취하세요.
양배추, 감자즙, 꿀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셋째, 증상이 심하다면 약물 치료와 함께 식도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위산 역류가 반복될 경우 식도 손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병원을 몇 번 다녀도 그냥 위염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좀 더 신경 써야겠네요."
진료를 마친 후 그는 다짐하듯 말했다. "오늘부터 야식을 줄이고, 커피도 조금씩 끊어볼게요.
이게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가 병원을 나설 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참아 넘기는 증상들 속에는,
때로는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