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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을 마주한 하루 그리고 당신의 용기

by judabibi 2025. 3. 17.

갑상선암을 마주한 하루 그리고 당신의 용기
갑상선암을 마주한 하루 그리고 당신의 용기

 

진료실에서 마주한 흔들리는 눈빛

오늘도 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차트를 넘기며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떠올렸다.

바쁜 진료 속에서도 내게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그녀는 40대 초반의 여성으로, 목이 자주 붓고 이유 없이 피곤하다는 증상으로 내원했다.

일반적인 갑상선 기능 검사를 위해 초음파를 진행했는데, 화면 속에서 낯선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혹처럼 보였지만,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경계가 불명확했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몇 가지 가능성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 가족 중에 갑상선 질환을 앓은 분이 있나요?"

질문을 건넸고,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 작은 변화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세침흡인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결과를 받아든 순간

며칠 뒤, 검사 결과가 나왔다. 차트를 열어본 순간, 나도 모르게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유두암(Papillary carcinoma) 의심"

갑상선암 중에서도 가장 흔한 형태지만, 그 사실이 환자에게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암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두려움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나는 다시금 그녀를 마주했다. 진료실에 들어선 그녀의 얼굴에는 불안과 초조함이 가득했다.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행히 조기 발견된 상태입니다. 유두암으로 보이지만, 갑상선암은 예후가 매우 좋은 편입니다. 치료법에 대해 하나씩 설명드릴게요."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진행 속도가 느리고 치료 결과가 좋다는 점,

수술과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통해 완치율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당장 수술을 해야 하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크기와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조기에 발견된 경우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림프절 전이가 없다면 갑상선 일부만 제거하는 수술도 가능합니다."

그녀는 조용히 내 말을 들으며 눈물을 삼켰다.

이 순간, 환자가 느낄 두려움과 혼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는 좋은 의사가 아닐 것이다.

나는 의료진으로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큼, 환자의 마음을 다독이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치료를 결정하는 용기

환자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받아들인다. 어떤 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어떤 이는 침묵 속에서 결심한다.

그녀는 후자였다.

"제가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수 있을까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상선암의 10년 생존율은 90% 이상입니다.

특히 유두암은 완치 가능성이 높고, 치료 후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수술 후에도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면 충분히 건강하게 지낼 수 있어요."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결정의 순간들이 모여, 결국 그녀는 자신의 몸을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할 것이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나는 늘 배우게 된다. 의사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환자의 불안을 함께 나누고, 올바른 길을 안내하는 사람들이다.

오늘, 나는 또 한 명의 환자와 함께 삶의 중요한 순간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녀가 용기를 내어 치료를 결심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내 직업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겼다.

갑상선암은 생각보다 흔하고,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다.

하지만 환자들에게는 그 단어 하나가 큰 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나는 그 벽을 함께 넘어갈 수 있도록,

그들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의사이고 싶다.